January 1, 2019



2018년에 집을 나가서 2019년에 돌아온 짧은 여행 이후
1월 2일인 오늘, 남편은 올해의 첫 출근을하고 나는 마음 말고는 특별히 달라진 것 없는 하루를 보냈다.
새해에는 늘 그렇다- 갑자기 하루가 감사하고 일상이 소중해진다.
실은 마음의 변화가 제일 큰 변화라서 그런가보다.


2018년.
참 많은 변화들이 있었고, 그 변화들에 1년 동안 잘 적응한 나를 칭찬한다.
서하가 태어났고, 세번째 갑상선암 수술을했고, 난생 처음 동위원소치료를 받아보고, 남편과의 결혼 2주년이 있었고, 조카의 돌잔치가 있었다. 그 외에도 친구들의 결혼식이 있었고, 기뻐할 일도 슬퍼할 일도 많았던 한 해가 지-나-갔-다-. 지나가지 않을 것 같았던 수많은 시간들이 그렇게 또 한 번 지나갔다.

대학교 입학하면서, 2008년 즘에 처음 갑상선에 생긴 작은 혹이 5년후에는 아보카도씨앗처럼 커져서 대학교 졸업과 동시에  내 생에 첫수술을했고, 대학원을 졸업하면서 갑상선 주변 임파선에 알사탕만한 크기의 암종양이 전이가 되어 수술을했다. 그 후 서하를 품었던 임신 10개월 동안 눈에 보이지 않았던 전이된 암종양들이 주렁주렁 모습을 들어냈다. 외면하려해도 눈에 선명하게 보이던 종양들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출산 이후 수술을하고, 차폐실에 들어가 외부인들과 철저히 격리되어서 동위원소치료를 받았다.

그리고 2018년 12월 20일에 "몸이 처음으로 깨끗하다고 나오네요. CT, 초음파상으로 모든 게 깨끗하데요. 고생했어요." 라는 말을 들었다. 그 날 나는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울고, 저녁에 집청소를 하면서 울고, 다음날 아침 서하를 안으면서 울고, 오후에 운전하면서 울었다.


경험보다 값진 것이 없다.
몸으로, 마음으로, 삶으로 경험하는 모든 것들이 내 안에 깊이 각인된다.

암으로부터 자유해서 기쁜 마음보다 더 값진 것은 암에 대한 나의 마음과 생각의 변화다.
암이 다시 찾아온다해도, 이전만큼 두려워하며 잠을 설치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은 담대한 마음의 변화다.



2019년.
올해는 많은 것들을 사랑해야겠다.

집을 사랑하고, 올해 언제즘 다시 시작할 나의 일을 사랑하고, 나의 가족을 사랑하고, 나의 평생 반쪽 남편을 사랑하고, 나의 꼬맹이 친구이자 내가 책임지고 돌봐야하는 딸 서하를 사랑하고, 나를 키워주시고 보살펴주신 부모님을 사랑하고, 새로 만난 나의 시댁 식구들을 사랑하고, 매일 뜨는 해를 사랑하고, 미세먼지 때문에 예전만큼 자주 만날 수 없는 상쾌한 공기와 시원한 바람을 사랑하고, 나무와 숲을 사랑하고, 겨울에 내릴 눈을 사랑하고, 장마 때 내릴 비를 사랑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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